소셜 딜레마 2편 : 당신은 채굴되고 있다.

요즘 부쩍 출근 준비가 길어지고 있다. 준비하면서 틀어놓은 유튜브를 듣다가 무의식적으로 쇼츠나 재밌는 영상을 보고 서있기 때문이다. 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나를 멈춰세우는지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고 이를 통제하고자 하는 사람임에도, 그 순간 멈추게 된다. 내 자유의지가 아니었다. 알고리즘은 나의 뇌를 해킹해서 나의 관심을 어떻게 뺏는지 무서울 정도로 잘 알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의 출연한 트리스탄 해리스는 줄곧 관심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는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학자로 일했고 현재는 Center for Humane Technology를 운영하고 있다.) 트리스탄은 왜 관심이 중요하다고 할까?

 

우리가 여기서 논의하는 관심은 이성관계에서의 관심이나 취미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관심은 Attention으로 해석된다. 우리의 감각과 주의를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대상에 관심을 집중하면 우리의 감각은 그 대상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무시한다. 감각기관이 신호를 받고는 있지만, 뇌에서 이를 필터링하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공부를 하면 주변의 작은 소음이 들리지 않는 경험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렇듯 뇌는 한 순간에 하나에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다. 다시말해 관심은 한정되어 있다. 무한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개개인의 가치체계와 우선순위에 따라 한정된 관심을 분배한다. 관심은 한정되어 있고 적절히 분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자원과 같다. 시험이 코 앞일 때는 시험공부에 관심을 쏟고, 용산 아이맥스에서 아바타를 볼 때는 스크린에만 감각을 집중하듯이 말이다.

 

관심은 한정된 뇌의 자원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에 맞게 적절히 관심을 사용해야 한다.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체계에 따라 관심을 집중하기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스스로 관심의 자율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SNS는 우리가 어디에 관심을 쏟을지 결정하는 것을 방해한다. 추천 알고리즘과 알림 기능 등 다양한 설득기법들을 사용해 우리 뇌를 교묘하게 설득하고, 우리의 관심을 중간에서 강탈해 자신들의 서비스에 집중시킨다. 이들이 고안한 설득기법은 심리학적으로 너무나 완벽해서 우리가 스스로 결정했다고 믿도록 하며, 우리가 관심을 뺏겼다고 느끼지 않도록 한다. 그렇게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다.

 

이들은 왜 우리의 관심을 채굴하고 뺏어가고자 할까? 관심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돈이 된다는 것은 자원의 또다른 특성이기도 하다.) 우리의 관심을 열심히 채굴해(트래픽) 광고주에게 팔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공짜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서비스의 대가로 자신의 관심을 지불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다.(유튜브 프리미엄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당신이 상품에 대가를 내고 있지 않다면, 당신이 바로 상품이다.

 

우리의 관심을 채굴하는 것은 마치 석유를 시추하고 있는 모습과 같다. 석유를 뽑아서 정제하여 팔듯이 우리의 관심을 정제하여(데이터 기반) 광고주에게 팔고 있다. 그것도 기분 나쁘지 않게 매우 교묘하게 말이다.

 

관심은 우리 삶의 소중한 자원이다. 스마트폰에 관심을 뺏긴다면 그만큼 다른 더 중요한 것들에 관심을 집중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관심(자원)을 어디에 쓸지는 우리 스스로가 결정해야만 한다. 설령 스마트폰에 관심을 집중하기로 했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교묘한 조작이 아닌 온전히 나의 결정이어야 한다. 우리는 IT 기업의 설득기법에 채굴당하는 수동적인 자세여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관심을 쏟고 더 값진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나의 관심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몇가지 요령을 실천하고 있다.

1. 스마트폰 앱의 모든 알림과 뱃지를 해제한다.
2. 유튜브 시청기록과 데이터 등의 저장 설정을 해제하여 추천 알고리즘을 느슨하게 한다. 여기서 아예 해제해버리면 유튜브가 신기할 정도로 재미없어진다. 따라서 적당히 느슨하게 하는 것을 추천한다.
3. 유튜브는 스마트폰보다 노트북, 데스크탑에서 주로 접속한다. 스마트폰보다 훨씬 제어가 쉽다.